♥고난주간 묵상 - 부활전야♥

♥고난주간 묵상 - 부활전야♥

[먼저 말씀을 묵상할 개인적인 시간과 조용한 장소를 준비합니다.]

- 부활전야,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이제는 무덤에 계신 예수님을 묵상합니다. 그 철저한 죽음과 침묵의 시간 가운데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있기를 원합니다.

*말씀: 요한복음 19:31-42

41-42절,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동산이 있고 동산 안에 아직 사람을 장사한 일이 없는 새 무덤이 있는지라 이 날은 유대인의 준비일이요 또 무덤이 가까운 고로 예수를 거기 두니라”

*찬송: 거기 너 있었는가(새147/통136장)

‘죽음’을 주제로 수련회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순서 중 하나는 관에 들어가 보는 것이었습니다. 나무 관을 만들어 한 사람씩 순서대로 관에 누우면 뚜껑을 덮고 각 모서리와 중간 중간에 망치질을 합니다. 물론 못은 없이 그냥 망치소리만 내는 겁니다.

단순한 체험으로 순서에 따라 들어갔고, 깜깜했지만 언제라도 내가 안에서 밀면 열리는 관뚜껑이었습니다. 못이 없는 망치소리만으로 뚜껑을 덮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도 참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유난히 좁게만 느껴졌고, 그 망치소리는 내 가슴에 깊이 박히는 철정함이 있었습니다.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고,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미안함이 몰려왔습니다. 그 짧은 30여초의 시간에 눈물을 흘리며 나의 관에서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죽어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끝이고 그것을 경험했다는 것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땅의 그 누구도 부활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덤의 그 깊은 어둠과 침묵의 상태, 생명으로서의 나 자신이 이 땅에서 무(無)로 돌아가는 그것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단 한 분 예수님만이 아시는 시간과 공간이 바로, 그 무덤, 그 어둠, 완전한 죽음입니다.

알지도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죽음이라는 두려움 앞에 내몰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2000년 전 제자들처럼 죽음의 두려움으로 인하여 부인하고, 숨고, 도망갔던 그 모습과 많이 닮아있을 때도 있습니다.

한번도 죽음을 이겨보지 못한 우리의 나약함이며 인간의 속성일지도 모릅니다.

기독교는 무덤이 없는 종교입니다. 이 땅의 다른 종교들이 성인의 흔적, 그 무덤과 주검을 간직하고 기억하며, 성지를 만들어 순례를 하지만, 예수님은 주검도 무덤도 없으십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당당히 가셨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분은 아니셨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은 안식일 전에 급히 장례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남의 무덤을 빌려야 했습니다. 빌린 무덤, 사흘 동안의 단기 임대처럼 말입니다.

무덤 하나 준비하지 못한 사람을 우리는 이 땅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까?

죽음을 준비하는 인생이 아닌, 죽음을 이기는 인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에게는 무덤이 필요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몸을 무덤에 모셨지만, 예수님은 그 무덤을 깨뜨리고 일어나십니다.

예수님을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향해 가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 짐을 향해 가셨고, 다시 살리시리라는 그 약속 안에서, 부활을 향해 나아가셨던 것입니다.

오늘 주님과 함께 그 무덤에 ‘잠시’ 우리도 있기를 원합니다. 주님 앞에서 침묵과 고요, 철저한 어두움 속에 내가 완전히 주님의 뜻에 순종한 그 모습 그대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기의 관 속에서 죽음을 체험하며 눈물을 흘리듯, 다시한번 주님의 뜻을 따라 새롭게 일어설 수 있도록 온전히 준비되는 시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 함께하며, 예수님과 함께 그 무덤에서 깊은 고독 속에 진실하게 주님을 만날 때, 구원의 역사, 무덤을 깨뜨리고, 죽음을 이기는 부활의 아침이 열리리라 믿습니다.

*기도:  무덤 속의 주님!

음부에까지 내려가신 주님을 묵상합니다. 자기 무덤하나 장만하기 위한 인생이 아닌, 무덤을 넘어 생명과 구원을 늘 품으셨던 주님! 오늘 우리도 그 무덤 속의 주님과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모두 떠난 그자리 그래서 더욱 홀로 계신 주님과 함께 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활의 때에 우리도 함께 부활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무덤 속의 오늘, 가능한 말을 삼가며, 깊은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묵상 찬양

1. 헨델 – 울게 하소서(파리넬리 중에서)

https://youtu.be/f7r2dHJ8SYY

2. 헨델 - 메시아 전곡

https://youtu.be/bhWFx0KZ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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