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묵상 - 세족목요일♥

♥고난주간 묵상 - 세족목요일♥

- 십자가 길에 동참하는 고난주간, 특별히 말씀 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여시길 바랍니다.

[먼저 말씀을 묵상할 개인적인 시간과 조용한 장소를 준비합니다.]

*말씀: 요한복음 19:17-27

26-27절, “예수께서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자기 어머니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하시고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

*찬송: 사랑하는 주님 앞에(새220/통278장)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 제자에게 자신의 외상값을 갚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웃기는 이야기로도 들리겠지만, 그것이 자기 생을 완벽하게 마치려는 그에게 그렇게 중요했던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요? 극심한 고통 중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남은 힘을 다해 하는 말이라면, 얼마나 중요한 말일까요? 일생을 다해 이루려고 했던 그 뜻, 간절히 바라고 바랐던 소망 같은 것, 그것으로 자신의 생을 완성하는 그런 한 마디가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마지막에 어떤 말씀들을 남기셨습니까? 그 말씀들은 얼마나 긴급하고, 또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요한복음에서 십자가의 예수님이 남기신 말씀은 아주 의외의 말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아주 크고 거창하게 들리는 일, 우주적인 과업, 민족적인 유업의 완성과 같은 당부를 하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너무도 사적인, 그래서 사사로운 것처럼 보이는 부탁을 하십니다. 예수님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를 어머니와 아들로 맺어주십니다. 서로 남남이었던 두 사람을,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관계로 맺어 주십니다.

두 사람이 서로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되게 하셨습니다.

평생 어머니의 가슴을 찌르는 칼로 살아야했던 아들의 마지막 아픈 효심이었을까요?

늘 공적인 큰 뜻(대의)를 위한 삶 같았지만, 사적으로도 따뜻한 마음을 지니신 예수님. 사실 지극히 사사로운 것까지 살피시는 주님이시기에 더욱 애틋하고 사랑이 많은 우리 주님이십니다. 마음의 떨림까지도 살피시는 주님의 세밀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아들 됨을 확인하시고, 또 제자에게 부탁하여, 제자의 ‘어머니’되도록 부탁하심은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십자가에서 하신 이 말씀은 교회의 기초가 되는 말씀입니다.

교회란 무엇입니까? 교회란 바로 사람입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지극히 사적인 두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공적으로 맺어지는 것이 교회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십자가 아래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되고, 형제와 자매가 되고,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문득 어머니가 보일 때, 내 형제와 자매와 친구가 보일 때, 바로 거기에서 교회는 시작합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함께 더불어 사랑하는 우리가 보일 때, 비로소 우리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우리가 어느새 하나님의 자녀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하나님 안에 있음을,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가족임을 가슴 떨리게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님께서 사랑하라고 명하신 이유이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세족목요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이유도, 제자들과 관계를 맺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의 관계, 그리고 주님께서 맺어주신 관계를 귀하게 여길 때, 주님의 뜻을 이루는 복된 삶을 사는 은혜가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너의 어머니시다. 보십시오, 당신의 아들이요, 딸입니다.” “보라, 너희의 형제요, 자매요, 친구들이다!”

주님의 핏값으로 우리에게 부탁하신 관계입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사랑합시다!

무서운 전염병 때문에 외출도 맘껏 할 수 없고, 만남이 거의 불가능해진 이 때에, 우리는 관계에 목말라 있습니다.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며 찬양했던 믿음의 식구들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 베다니에서 맺어주신 나의 부모님, 나의 자녀들을 위해 마음 다해 기도하는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형제, 자매, 친구들에게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전하며 격려하고 사랑을 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로 거기에서 우리는 주님이 원하시는 참된 교회가 됩니다.

주님께서 그렇게도 원하셨던, 십자가에서 목숨을 내어놓으시면서 까지 이루고자 하셨던 그 사랑을 완성하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기도:

사랑의 주님!

사랑하는 어머니와 제자들을 가족으로 이어주신 주님을 묵상합니다. 우리도 서로 사랑함으로써, 주님이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그 말씀을 따르게 하소서. 주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는 주님의 형제, 자매요, 하나님의 자녀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고난주간 목요일, 우리를 교회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시다. 교회에서 예배드릴 때, 내 주변에 함께 예배하던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며 기도합시다. 그리고 사랑의 표현을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담대함을 달라고 기도합시다.)

*묵상 찬양 – 형제의 모습 속에 보이는

https://youtu.be/pgzbbabW4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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